시간의 거울 4

시간의 거울 4

2017, 스테인리스강, 380x330x500cm

4톤이나 되는 육중한 무게에 거대한 해골의 형상은 그 규모 때문에 공포감보다는 오히려 숭고함을 느끼게 한다. 이를 악 다문 모습은 죽음을 통한 영원에 안주하지 않고, 살아있는 존재들로 하여금 모든 억압에 맞서면서 인내함으로써 성취해온 인류문화의 발전된 현재 모습과 미래의 지향점 모두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중세 이래의 유럽에서는 ‘바니타스(vanitas)’ 도상을 통해 삶의 유한성과 죽음의 영원성이라는 교훈을 전달하고자 했지만, 권정호 작가는 역사를 통한 인류 문화의 발전은 세대마다 이어져온 인간의 사고와 지혜의 축적 공간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가 이번에 선보이는 ‘텅 빈’ 두개골 형상은 개인의 욕심을 내려놓고 삶과 죽음을 경건하게 대함으로써 삶의 치유를 묘사하고자 했다. 삶의 순간성 속에서 부재의 영원을 느끼며 인간이 지나온, 그리고 앞으로 맞이할 시간을 반추할 수 있기에 “시간의 거울”로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작가

권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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